[엘르보이스] 자궁근종 제거 수술을 했습니다만

생애 첫 입원! 생각보다 '별 일'이었던 자궁근종 제거수술기.

ⓒAnnie Spratt

ⓒAnnie Spratt



자궁근종 제거 수술을 했습니다만
내 나이 만 36세. 생애 첫 입원을 앞두고 혹시 이와 관련해 뭔가 쓰게 된다면 어떤 내용이 될지 막연히 상상했다. 병원 침대 위 느리게 흐르는 시간을 느끼며 시간의 상대성이나 어떤 존재론적 외로움을 돌아보게 될까? 비슷한 병명을 가진 비슷한 여성들에게 가해지는 공장식 수술에 대한 디스토피아적 관점? 혹은 환부를 통해 돌아보는 유물론적 인식 뭐 그런 걸 쓰게 되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그러나 다 헛소리였다. 3박 4일 머물렀던 병실을 떠나 퇴원 나흘째 접어드는 지금, 내 머릿속을 지배하는 가장 큰 생각은 ‘아니, 내가 자궁근종에 대해 이렇게 몰랐다고?’ 하는 네이버 블로그적 고찰이기 때문이다. ‘흔히 자궁근종이라고 불리는 자궁 평활근종은 자궁의 근육세포에서 생기는 종양입니다. 에스트로겐의 영향을 받는 일종의 호르몬 의존성 종양으로, 가임기 여성의 약 25~35%, 특히 35세 이상의 여성 40~50%에게서 발견됩니다.’ 포털 사이트의 무미건조한 설명처럼 6년 전 건강검진에서 근종이 처음으로 발견됐을 때 내 태도는 무미건조했다. 50% 정도의 성인 여성들이 갖고 있다는데 뭐. 마치 위장 내시경 이후 “경미한 위염이 있으니 자극적인 음식을 삼가십시오”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건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것 아닌가요?”라고 시큰둥하게 답하며 저녁에 불닭볶음면을 먹는 것과 비슷한 정도의 충격이었달까.  
 
지난해 12월, 건강검진에서  ‘자궁에 거대 근종이 감지되니 부인과 상세 검진을 받아보라’는 결과를 받았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조치를 취해야 할 정도라면 분명 생리통 혹은 골반통이 동반되거나, 생리량이 생활에 불편할 정도로 많아져야 할 텐데(알고 보니 50% 이상의 여성이 특별한 증상을 느끼지 못한다고 한다) 난 아무렇지 않았으므로. ‘산부인과… 가긴 가봐야지’ 생각만 하며 몸속에서 무럭무럭 자라난 근종을 방치하던 시기. 가장 평화로워야 할 시간에 현실이 ‘휙’ 하고 나를 습격했다. 출장으로 찾은 몰디브 리조트의 스파에서 테라피스트의 부드러운 손길에 나를 맡긴 때였다. 복부를 마사지하던 마사지사가 조심스럽게 “미스 리…?”라고 나를 부르며 배속에 뭐가 있다는 것이었다. 아니, 이게… 그냥 만져질 정도라고? 테라피스트의 손이 이끄는 곳을 따라 내 배를 꾹꾹 눌러보니 정말이었다. 크고 선명한, 딱딱한 무엇인가가 감지됐다. 다행히 이 정도 신호를 무시할 정도로 둔감하지는 않아서 귀국하자마자 동네에서 자궁근종 치료로 유명한 여성의원을 찾아갔다. 초음파를 봤을 때 자궁이 얼마나 작은지 내가 몰랐다는 사실에 놀랐다. 임신 경험도, 계획도 없지만 내게 친근한 자궁의 이미지는 몸을 동그랗게 말고 있는 태아가 들어 있는 제법 커다란 주머니 같은 느낌이었으니까. 하지만 실제 자궁의 크기는 손바닥 크기 정도. 8.6cm에 달하는, 내가 가진 근종은 이곳에 있기에 너무나 거대했다.  난소에도 혹이 발견돼 복강경 수술을 결정했다. 이 또한 배꼽을 통해 시술하고 봉합하는 형식이라 흉터가 남지 않는다는 사실 때문에 별 고민 없이 정한 것이었다. 월경 기간을 비롯해 이 날짜, 저 날짜를 제외하다 보니 수술은 두 달 뒤에나 잡혔다. 물론 그사이 절차에 대한 안내를 받고, 재검진과 혈액검사 등 건강 체크를 하긴 했지만…. 입원 당일이 돼서야 ‘복강경 수술 후기’를 검색해 수많은 후기 글을 본 내 솔직한 심경은 다음과 같았다. “아, 그냥 수술 취소할까?”
 
ⓒOscar Keys

ⓒOscar Keys

 
자궁근종 제거 수술은 절대 간단하지 않았다! 복강경이라 해도 마찬가지였다. 배를 부풀려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 배꼽을 통해 가스를 주입하는데, 그 가스가 몸에서 빠져나가기 전까지 어깨와 등에 극심한 통증을 호소하는 글이 많았다. 수술 후 자력으로 소변을 보는 것에 실패해 오줌 주머니를 차는 사람도 있었고,
피 주머니를 차거나 상처 부위에서 진물이나 고름이 나오는 경우도 왕왕 있었다. 회사에 내가 낸 휴가는 입원 기간에 맞춘 고작 사흘, 뒤늦게  알고 보니 대부분의 직장인이 수술 후 최소 1주일 혹은 3주 정도의 휴가를 내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당연했다. 퇴원은 병원의 즉각적 조치가 필요 없는 상태라는 의미이지 완치를 의미하는 게 아니니까. 이 모든 사실을 이제 알았는데 당장 14시간 뒤인 다음날 아침 7시 30분에 수술대에 올라야 한다니 환장할 노릇이었다. 
 
결과적으로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가스통과 인후통이 사라지고, 자가 소변과 배변에 성공하고, 혼자 몸을 일으키거나 뒤집을 수 있게 되고, 복대 없이도 걷거나 앉게 되기까지 내 몸은 병원이 예측해 준 회복 과정을 모범 답안처럼 하나하나 실천해 나갔다. 회사의 배려로 재택 근무를 한 덕분일까. 회복력도 ‘미쳤다’. 퇴원 나흘째에 쓰기 시작한 이 글의 첫 문단 이후 2주의 시간이 더 지난 지금 나는  헬스장에 복귀했고, 무려 워터 파크도 다녀왔다. 퇴원 후 재진 때 내 배꼽에 붙은 방수 반창고를 본 의사가 “왜 아직도 이걸 붙이고 있어요?”라고 물었는데 차마 어제 수영장에 다녀오느라 붙인 걸 깜빡하고 떼지 않은 거라고는 말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분명히 밝히고 싶은 건 수술은 분명히 수술이라는 것이다. 내 몸에서 나온 11개의 크고 작은 근종과 난소 혹 사진. 인위적인 무언가가 나를 헤집고 나갔다는 느낌은 지금도 몸서리쳐진다. 스스로 겁 없고 고통에 둔하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그동안 운 좋게 건강했기 때문일 뿐. 수술 후 어느 정도 제정신이 돌아온 뒤 가장 먼저 한 일이 지난 5년간 부어온 암보험의 ‘해지환급금’을 검색해 보는 것일 정도로 다시는 수술을 하고 싶지 않다. 모두 그토록 간단하다고 말한 수술, 심지어 개복도, 자궁 축출을 한 것도 아님에도 말이다. 사실 자궁근종은 흔하지만 가볍지는 않은 질환인데 우리 스스로  ‘별것 아닌 것’으로 치부하도록 세뇌당한 것은 아닌가?
 
“만약에 남자가 월경을 한다면 남자들은 자기가 얼마나 오래 월경을 하며, 생리량이 얼마나 많은지 자랑하며 떠들어댈 것이다.” 50%의 여성이 겪는 질환이지만 여전히 원인은 불분명한 자궁근종 수술을 겪은 뒤 글로리아 스타이넘의 이 말을 떠올렸다. 남자가 생리통을 겪는다면 생리통 질환은 일찌감치 해결됐을 것이라는 씁쓸한 농담과 함께 말이다. 실제 남성 위주로 돌아가는 의료계는 여성 질환을 상대적으로 ‘덜’ 심각하게 취급한다. 최근에는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남성의 4.5배가 넘는 여성이 중증 부작용을 겪는 이유가 백신 양 자체가 성인 남성을 기준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라는 발표가 있었다. 입원 사실을 말한 뒤  의외로  “내가 아는 사람은 하루 만에 퇴원하던데” “그거 수술까지 해야 해?”라는 반응을 많이 겪었다. 같은 자궁근종 질환이라도 근종의 위치나 크기, 개수, 몸 상태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는데 같은 여성끼리도 이 흔한 질환에 대해 무감각하고 일률적인 정보만 갖고 있는 것이다. 물론 내가 무지했던 사이 나보다 한발 앞서 수술을 경험한 또 다른 여성들의 따뜻한 위로와 공감도 있었지만 말이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도 잔뜩 엄살을 부리고, 자궁근종에 대해 떠들어댈 예정이다. 우리의 질병과 경험은 우리가 언급할 때 비로소 가시화되므로. 적어도 내 배꼽의 실밥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만이라도.
 
 
이마루
〈엘르〉 피처 에디터.
지방 도시 출신으로 세상이 말하는 수도권 기준이 아닌, 다른 곳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삶의 풍경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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