겔랑 마스터 조향사, 티에리 바세와의 대화 || 엘르코리아 (ELLE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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겔랑 마스터 조향사, 티에리 바세와의 대화

겔랑 라르 & 라 마티에르 컬렉션의 새로운 향 '토바코 허니(Tobacco Honey)' 출시를 기념하며 겔랑 하우스의 마스터 퍼퓨머 티에리 바세(Tierry Wasser)가 서울을 방문했다.

김선영 BY 김선영 2023.10.30
라르 & 라 마티에르의 주요 다섯 가지 향이 놓여 있다.

라르 & 라 마티에르의 주요 다섯 가지 향이 놓여 있다.

겔랑은 많은 ‘최초’를 탄생시킨 선구적 브랜드다. 팟(Pot)에 든 루주를 사용하던 19세기에 스틱 형태의 립스틱을 선보였고, 2005년엔 향수를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오뜨 퍼퓨머리’ 시대를 열었다. 그리고 2023년 지금, 향기를 예술 작품으로 승화시킨 라르 & 라 마티에르 컬렉션의 새로운 향 ‘토바코 허니’를 통해 새로운 혁신을 이야기하려 한다. “새로움을 향한 호기심과 열망은 겔랑 패밀리들의 사고방식이죠. 감사하게도 우리는 강력한 비전을 실현할 수 있는 자본과 파트너십을 충분히 갖추고 있어요. 향수 원료로서 꿀은 쉽지 않은 과제였습니다.” 현대 조향의 지표이자 프랑스의 명예 훈장인 ‘레지옹 도뇌르’를 받은 티에리에게조차 쉽지 않은 원료라니! 그의 말에 따르면 우리가 지금껏 맡은 허니 향기는 비즈 왁스를 원료로 한다. 겔랑은 꿀 껍데기가 아닌 ‘리얼’ 허니를 넣으려 했고, 이를 위해 이탈리아 남부 파트너와 함께 물에서 휘발성 성분을 추출하는 기계를 개발했다. 향수업계 최초로 진짜 꿀이 들어간 토바코 허니를 탄생시킨 것. 에디터가 처음 이 향을 맡았을 땐 꿀단지에 혀를 살짝 가져다 댄 듯 혀의 모든 돌기가 자극되면서 달달한 향취가 입 안에 퍼지는 듯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토바코 향이 피어오르며 온몸을 따스하게 어루만져주는 느낌. 티에리를 처음 만났을 땐 이런 감정을 드러내기 어려웠다. ‘내가 생각한 이 원료가 맞을까?’ ‘이 향을 이렇게 느껴도 되는 걸까?’ ‘평가받진 않을까?’ 하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기 때문. 향수에 대한 스토리를 이어가던 그는 이런 마음을 알아채기라도 한 듯 “어떤 규칙도 필요 없어요. 스스로 느껴야 합니다. 왜 향을 표현하는 방식을 걱정하거나 두려워해야 하죠?”라며 대화를 이어갔다. 그는 겔랑 향수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스스로에게 아름다울 자격을 부여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라르 & 라 마티에르 컬렉션을 22가지 향으로 완성했다. 11월엔 겔랑 향수를 완성하는 시그너처 원료로 ‘겔리나드’라 불리는 바닐라, 로즈, 베르가못, 아이리스, 통카 빈, 재스민을 예술로 승화시킨 상위 퍼퓸 라인 ‘엑스트레 컬렉션(Les Extraits Collection)’을 선보일 예정. “겔랑 향수는 단순히 옷과 피부에 향을 더하는 제품이 아닙니다. 향수 하나가 세상에 나오기까지 함께하는 모든 이의 사랑과 자신감, 삶을 향한 희망이 깃든 몇천 개의 목소리죠. 누구든지 향수를 통해 자신을 드러낼 자격이 있습니다. 겔랑 향수가 그 놀라운 여정의 시작이 되길 바라요.” 토바코 허니의 예상치 못한 향의 변주에 취한 채 마스터 조향사 티에리 바세와 자세한 이야기를 나눴다.
 
 
겔랑의 5대 마스터 퍼퓨머 티에리 바세.

겔랑의 5대 마스터 퍼퓨머 티에리 바세.

겔랑의 마스터 조향사로서 브랜드 헤리티지를 이어가는 동시에 새로움을 더하는 동력은 무엇인가요
저는 어린아이 같은 호기심을 갖고 있어요. 덕분에 겔랑 가족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끊임없는 호기심을 품고 살아가면 무한한 가능성이 열리죠. 불행히도 많은 이가 나이를 먹으면서 호기심보다 두려움을 키웁니다.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언제나 새로운 호기심을 이어나가야 해요.
 
겔랑 향수를 설명할 때 ‘겔리나드’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브랜드의 정통성을 상징하는 동시에 겔랑 향수의 독창성을 대변하죠
겔리나드는 자크 겔랑이 정의한 겔랑 고유의 스타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무려 400가지 향수를 만든 자크 겔랑의 유산 그 자체입니다. 그의 향수엔 항상 여섯 가지 원료가 존재했습니다. 재스민과 장미, 아이리스, 통카 빈, 바닐라, 베르가못이 바로 그 주인공이죠. 그를 이어 마스터 조향사의 타이틀을 이어받은 장 폴 겔랑도 이 여섯 가지 원료를 자신만의 스타일로 만드는 방식을 유지했고, 이는 2008년 제가 합류한 이후에도 지속되고 있습니다. 11월엔 이 놀라운 원료를 예술적 경지로 끌어올린 엑스트레 컬렉션을 선보입니다.
 
 
스물 두 가지 향으로 이뤄진 라르 & 라 마티에르 컬렉션.

스물 두 가지 향으로 이뤄진 라르 & 라 마티에르 컬렉션.

향수를 관념화하는 방식부터 원료를 고르고 하나의 향을 완성하는 여정이 궁금합니다
이곳에 합류하기 전 25년 이상 다른 회사의 퍼퓨머로 일했지만, 겔랑만큼 창조적인 요소뿐 아니라 소싱과 제조 과정이 복잡한 곳은 처음입니다. 혼자만의 힘으로 이 거대한 조직을 이끌기 어렵다는 걸 깨닫고 재능 있는 조향사 델핀 젤크를 고용했죠. 창의적이며 기발하고 재능이 넘치는 그녀와 함께하는 조향 작업은 매우 자연스럽게 흘러갑니다. 향은 더없이 추상적이고 감성과 감정을 건드리는 영역이기에 창조 과정을 표현하긴 어렵습니다. 그저 신비로울 따름이죠. 저는 이 신비를 꽤 좋아하는 편이랍니다.
 
향기는 상상 속에서 완성된다고 하잖아요
조향의 시작은 상상 속 스토리입니다. 조향사는 향을 쓰는 작가거든요. 모든 향수엔 조향사의 마음이 담겨 있어요. 그건 보편적 영감을 일깨우는 이야기일 수도 있고, 개인적 만남에 관한 스토리일 수도 있어요. 당신이 좋아하는 향은 그 향기 속에 품은 스토리가 자신의 상상력을 사로잡았다고 보면 됩니다.
 
 
겔랑 향수의 여섯 가지 시그너처 원료를 예술적 향의 경지로 끌어올린 상위 퍼퓸 라인, 엑스트레 컬렉션.

겔랑 향수의 여섯 가지 시그너처 원료를 예술적 향의 경지로 끌어올린 상위 퍼퓸 라인, 엑스트레 컬렉션.

토바코 허니는 아르테 포베라(Arte Povera)의 미술 작품에서 영감을 얻은 향수라고 들었습니다
이 사조는 1960년대에 성행한 아방가르드 예술 양식으로 식물과 광물, 폐기물 등 원시 상태의 재료를 한데 모아 하나의 작품 그 이상을 창조합니다. 토바코 허니를 예술 작품으로 표현한다면 토바코잎의 향연은 아르테 포베라식의 대지 미술 작품일 것입니다. 우리는 토바코잎의 각기 다른 매력을 ‘허니’와 ‘토바코’라는 지극히 일상적인 재료를 통해 다채롭게 표현합니다.
 
벌꿀은 겔랑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토바코 허니에 들어간 꿀은 무엇이 특별한가요
토바코 허니의 꿀은 겔랑이 칼라브리아에 설치한 벌집에서 수확했어요. 칼라브리아 허니는 그 자체로 만병의 영약으로 불려요. 베르가못 나무 사이에서 먹이를 찾는 벌들이 생산하며, 이탈리아 반도 남단, 태양 가득한 칼라브리아 지역의 겔랑 정원에 자리 잡고 있어요.
 
 
아르테 포베라의 미술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라르 & 라 마티에르 토바코 허니 오 드 퍼퓸, 100ml 49만원, 200ml 70만6천원.

아르테 포베라의 미술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라르 & 라 마티에르 토바코 허니 오 드 퍼퓸, 100ml 49만원, 200ml 70만6천원.

거칠고 자극적인 ‘토바코’와 화사하고 달달한 ‘허니’는 상상치 못한 조합입니다
두 원료를 ‘예상치 못한 조합’이라고 말하는 게 재미있네요. 18세기부터 담배에 통카 빈과 꿀 등의 향료를 첨가해 왔거든요. 저는 두 원료의 조합보다 진짜 꿀을 향수 원료로 사용했다는 사실에 방점을 찍고 싶어요. 향수업계 최초로 천연 꿀을 향수 원료로 사용하기 위해 이탈리아의 오랜 파트너와 함께 완전히 새로운 기계를 개발했거든요. 아이디어를 실현하기 위해 기술의 한계를 뛰어넘은 좋은 예시죠
 
마지막 질문입니다. 당신이 정의하는 서울의 향이란
향은 그렇게 강하지 않지만 역사적 밀도를 품은 복잡한 노트의 향이 떠올라요. 많은 디테일을 내포한 향기라고 표현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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