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가 목정욱의 새 전시, 이번에는 친구와 함께다 || 엘르코리아 (ELLE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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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가 목정욱의 새 전시, 이번에는 친구와 함께다

목정욱 사진예술의 지속 가능한 아름다움을 경험하는 기회가 될 새 전시가 10월 27일, WWF에서 열린다.

이마루 BY 이마루 2023.10.29
함께 전시를 도모한 목정욱과 허재영.

함께 전시를 도모한 목정욱과 허재영.

 이번 전시에서 작은 사이즈의 ‘유니크 피스(Unique Piece)’ 총 100점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들었다. 작품 선정이 끝나지 않은 걸로 알고 있는데
목정욱(이하 목) 한창 셀렉팅 중이다. 어떤 땐 꿈속에서도 이미지의 바다를 유영한다(웃음). 지난 20년간 사진 세계에서 경험한 ‘소프트’하지도 ‘하드’하지도 않은, 그 경계에 있었던 순간을 밤낮없이 살펴보고 있다. 원래는 100장 하려고 했는데 최종적으로 70여 장 남짓 선택해 vol. 1으로 선보이고, 내년에 vol. 2를 준비하려고 한다. 시간 관계상 이틀 안에 셀렉트를 완료하고 액자를 하러 가야 하는데 굉장히 고통스러우면서도 유의미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생각에 얼마 남지 않은 준비 기간이 아쉽다.
 
‘Gas Station 102601’ 2018, 30x37cm, Pigment Print. Unique.

‘Gas Station 102601’ 2018, 30x37cm, Pigment Print. Unique.

목정욱 사진가의 패션지 에디토리얼 첫 작업을 함께했던 에디터로서 그 상념에 동감할 수밖에 없다. 구체적으로 어떤 사진을 골랐고, 어떤 걸 느꼈나
외장 하드를 쌓아두고 한 장 한 장 열어보면서 당시의 나와 만나는 조우가 매일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감정에 휩싸이게 한다. 수년 전 도쿄에 갔을 때 인물 뒤로 흐르던 풍경부터 아트 디렉터가 촬영장에 갖고 온 소품이 특별하게 보였던 각도라든가 의도적으로 가짜라는 걸 알아볼 수 있도록 지어 올린 세트장의 어떤 코너, 주유소처럼 내가 특별히 애정하는 장소까지 다종다양하다. 그렇게 다채로운 사진을 보면서 ‘그래, 내가 여기에서 살았구나’ 싶었다. 개인적으로 만나는 친구조차 함께 일하는 친구들이 대다수일 정도로 일과 일상이 분리되지 않고, 심지어 일상과 비일상이 혼재된 듯한 세계에서 말이다. 그리고 그 일의 현장에서 선물처럼 주어지는 순간에는 언제나 타인이 있었다. 우리가 속해 있는 산업은 그야말로 사람들로 둘러싸여 있고, 그들과 창조적인 DNA를 주고받으며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내야 하는 분야다. 절대로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고 다른 사람과의 상호작용이 중요한데, 30대에는 그걸 지금처럼 잘 알지 못했던 것 같다. 촬영현장에서 함께한 에디터나 스타일리스트 등 스태프와의 추억도 속수무책으로 떠올라 자주 뭉클해졌다. 그런데 이런 협소한 이야기가 전시를 보러 온 이들의 상상력에 방해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작업은 독립적으로 관객을 만나 새로운 이야기를 써나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 같다.
 
 
 ‘Gas Station 102603’, 2018, 30x37cm, Ink on Pigment Print. Unique.

‘Gas Station 102603’, 2018, 30x37cm, Ink on Pigment Print. Unique.

작은 사이즈의 유니크 피스라는 조건은 허재영 디렉터가 내건 것인가? 무한 제작이 가능해진 디지털 시대의 사진은 통상적으로 에디션을 일정 수로 제한해 작품의 희소성을 획득한다. ‘모노타입(Monotype)’으로 한 점만 만드는 판화 작가를 본 적 있는데, 사진에서 유니크 피스로 제작하는 일은 거의 보지 못했다
그렇다. 사진을 전공하고 사진으로 작업해 오면서 말한 대로 에디션 수를 석 점 정도로 줄이고 A/P(Artist Proof: 작가 보관용)를 하나만 생각해 봤지 유니크 피스로 해야겠다는 아이디어를 떠올려본 적 없기에 재영이의 제안이 신선했다. 사진에서는 촬영 후 여러 컷 가운데 단 한 컷을 고르는 행위 또한 사진을 찍는 것과 동일하게 중요한 작가의 개입으로 본다. 그렇게 A컷으로 선택된 사진은 이후 에디션으로 확장되는 것이고. 그런데 유니크 피스로 한정하면서 사진에 페인팅을 덧입히는 등 물리적 시도도 실험해 보면서 종국적으로 그 의도가 제대로 작동한다면 내 작업방식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허재영(이하 허) 지난 1년간 WWF를 운영하면서 갤러리 역할에 관해 많은 고민과 시행착오가 있었고, 그 과정을 통해 나만의 철학이라는 게 생겼다. 작품을 연구 · 보관 · 전시하는 미술관과 다르게 갤러리는 예술가의 장기적 활동을 상업적으로 도모하고 그들의 예술세계를 사랑하는 관객과의 관계 구축에 헌신적인 노력을 기울인다는 것이다. 지금 이 시점에서 목정욱이라는 작가의 작품을 소장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게 중요하다고 봤다. 그래야 작품 가치가 올라가고, 10~20년 뒤에는 더 큰 규모의 작품을 하고 또 판매도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이를 위해 희소가치를 보장하면서도 상대적으로 사이즈를 줄여 WWF의 물리적 규모에 맞는 전시 연출을 고려하는 동시에 컬렉팅의 문턱을 낮춰주는 사진 매체의 이점을 잃지 않도록 했다.
 
‘On the Roads 102604’, 2018, 30x37cm, Pigment Print. Unique.

‘On the Roads 102604’, 2018, 30x37cm, Pigment Print. Unique.

허재영 디렉터의 인스타그램 계정에는 ‘Always Working with Friend’라고 적혀 있다. 이 문구로 다양한 역할을 함축했는데, 지난해 개관한 갤러리는 아예 WWF를 이름으로 내걸었다. 친구들과 함께 일하는 게 그토록 중요한가
독실한 천주교 신자였던 부모님 밑에서 자라 신부가 될 줄 알았는데, 예비 신학교 선생님의 “하고 싶은 게 있으면 하고 와도 된다”는 한 마디가 지금의 나를 있게 했다. 고 3때 입시미술을 준비해서 들어간 경원대 미대에서 현재 작가로 활발하게 활동하는 이원우를 만났고, SADI(삼성디자인교육원)에서 패션 디자인을 배우던 시절에는 당시 IMF 여파로 한국으로 돌아온 화려한 경력의 친구와 선배들을 만났다. 그 이후 영국 센트럴 세인트 마틴에서 그래픽디자인을 공부하던 시절에 티보 에렘, 장 줄리앙과 절친이 됐다. (목)정욱 형을 포함해 오늘날까지 주위에 멋진 친구가 많고, 그들과 일하는 게 즐겁기 때문에 친구들과 함께 일하는 게 중요하다고 확언할 수 있다.
 
‘Signs 102601’, 2018, 30x37cm, Pigment Print. Unique.

‘Signs 102601’, 2018, 30x37cm, Pigment Print. Unique.

WWF는 갤러리스트와 아티스트의 친밀한 관계에서 오는 화학작용 때문인지 관람자로서 은밀한 즐거움을 느끼는 전시를 볼 수 있는 공간이었다. 또 다른 절친인 목정욱 작가의 예술세계는 어떻게 풀어낼 예정인가
WWF에서 잘할 수 있는 걸 하고자 한다. 2022년 10월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장 줄리앙 회고전 〈그러면, 거기 Then, There〉를 준비하면서 전시총괄이라는 일을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은 순간은 장 줄리앙이 인상적 순간을 기록한 100권의 스케치북을 전시실에 빼곡하게 설치하면서였다. 이틀 정도로 예상했던 설치 기간은 총 1주일 정도 걸렸는데, 그 과정에서 작가가 과거의 자신과 만나는 특별한 경험을 하며 깊은 상념에 젖었기 때문이다. 개막하고 나서도 그 섹션은 호응이 대단했는데 일상의 사소하지만 소중한 순간을 드로잉이라는 진솔한 언어로 말하는 작업에 관람자들이 감동했다고 생각한다. 이번 목정욱 개인전에서도 이처럼 지난 20여 년간 치열하게 촬영현장을 누빈 정욱 형의 예술세계가 어떤 궤적을 그려왔는지 돌아보고, 그 가운데 특별한 순간을 선보이고자 한다. 목정욱의 사진이 동시대 사진예술에서 지닌 비평적 가치는 꾸며지고 틀이 지워지지 않은, 진짜 ‘내러티브’ 안에서 관람객들이 자연스럽게 찾아낼 것으로 생각한다.
 
 
‘Gas station 10260’, 2018, 30x37cm, Pigment Print. Unique.

‘Gas station 10260’, 2018, 30x37cm, Pigment Print. Unique.

그나저나 두 사람은 어떻게 가까워졌나
텍사스의 작은 마을인 마파에서 도널드 저드의 숭고한 미니멀리즘을 함께 영접하기도 하고, 공통의 PT 선생님이기도 한 팀짐(Tim Gym) 김태수 트레이너의 〈초월〉(이 책의 커버 아트 워크는 장 줄리앙이 맡았다!)이라는 책을 함께 만들기도 했다. 이처럼 일과 일상에서 긴밀히 함께한 지는 7~8년쯤 된 것 같다. 알고 보니 비슷한 시기에 런던에서 유학했는데, 서로 앞집에 살 정도로 가까운 이웃이었더라. 공통된 친구도 많고. 만날 운명이었던 것 같다(웃음).
 
목정욱 1980년생. 런던예술대학교 런던 칼리지 오브 커뮤니케이션에서 사진을 전공했다. 〈엘르〉 〈바자〉 〈보그〉 등의 국내외 패션 잡지 에디토리얼을 비롯해 다양한 브랜드와 글로벌 프로젝트를 진행했으며, 2021년 COS와 협업해 익스클루시브 남성 컬렉션을 출시했다. 스튜디오 콘크리트와 두손갤러리 등에서 그룹전을 가졌으며, 2021년에는 PKM갤러리에서 〈불멸의 초상: 권진규x목정욱〉을 선보였다.

목정욱 1980년생. 런던예술대학교 런던 칼리지 오브 커뮤니케이션에서 사진을 전공했다. 〈엘르〉 〈바자〉 〈보그〉 등의 국내외 패션 잡지 에디토리얼을 비롯해 다양한 브랜드와 글로벌 프로젝트를 진행했으며, 2021년 COS와 협업해 익스클루시브 남성 컬렉션을 출시했다. 스튜디오 콘크리트와 두손갤러리 등에서 그룹전을 가졌으며, 2021년에는 PKM갤러리에서 〈불멸의 초상: 권진규x목정욱〉을 선보였다.

80년대 초반 생으로 아날로그 세상에서 디지털 사진의 출연이라는 충격적인 전환기를 겪었고, 현재는 디바이스와 모니터를 통해 사진을 접하는 일이 일상이 된 시대를 살고 있다. 때문에 이번 전시에서 아날로그와 디지털 문화를 모두 경험한 창작자가 품게 되는 질문과 이에 관한 문제의식을 엿볼 수도 있겠다
새로운 이미지 환경에서 ‘사진’이라는 매체가 갖는 존재론적 의미를 분석할 자신은 없지만, 6개월이고 1년이고 빌보드에 걸려 있는 사진을 늘 지나다니면서 볼 수 있었던 시절과 타임라인에 새로운 이미지가 끝없이 흐르는 현재가 너무도 다른 건 사실이다. 특정한 비주얼이 뇌리에 오래 기억되기 힘들기 때문에 슈퍼스타가 나오기 어려운 시절이고, 잠시 잠깐의 후킹이 무엇보다 중요해서 그 비주얼이 탄생하게 된 플로나 문맥 같은 건 고려되지 않는, 파편화된 이미지가 명멸하는 시대라는 생각을 한다. 그럼에도 사진을 하는 입장에서는 바뀐 게 별로 없는 게 셔터를 누르는 순간 ‘아, 이거다’라고 판단하는 건 머리보다 몸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그걸 가능하게 하는 건 사진가로서 쌓아온 내 안의 축적된 데이터인데 얽히고설킨 이미지 그리고 그와 연동된 텍스트 같은 것들이 혼재돼 미감이라는 무의식 같은 걸 이루고 있는 것 같다. 그것이 물화된 것이 사진일 테고. 어쨌든 사진은 에너지의 상호 반영이어서 내가 고민하고 공부하는 것들이 거울에 비치듯 그대로 기록된다. 그렇게 내 무의식적 상태가 그대로 사진에 반영되기 때문에 작업자 입장에서는 무서울 때가 있다.
 
허재영 1981년생. 런던 세인트 마틴에서 그래픽디자인을 전공했다. 자동차 문화 브랜드 피치스(Peaches)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아티스트 티보 에렘과 장 줄리앙의 에이전트,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누누 디렉터 등으로 활동하며 지난해 갤러리 WWF를 개관했다.

허재영 1981년생. 런던 세인트 마틴에서 그래픽디자인을 전공했다. 자동차 문화 브랜드 피치스(Peaches)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아티스트 티보 에렘과 장 줄리앙의 에이전트,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누누 디렉터 등으로 활동하며 지난해 갤러리 WWF를 개관했다.

연기부터 사진까지 분야는 다르지만 창작을 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들은 경험해 본 적 있는 지점일 것 같다. 그런 점에서 두 사람에게 경력을 쌓아가며 자연스럽게 갖게 된 일의 철학이 있다면
카메라를 든 나는 어떤 사소한 신호도 캐치하는 민감하고도 능동적인 안테나가 돼야 하는데, 이때 내 상태가 여유롭고 고요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언제나 영감이 곧 흘러넘칠 것 같은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고 보는데 새로운 프로젝트에 돌입해 뭔가를 찾아보고 쥐어짜내는 건 무용지물이기 십상이다. 고갈되기 쉬운 업계에서 일할수록 항상 찰랑찰랑하는 상태를 유지하게 하는 것이 관건이다.
언제나 현실화를 가장 중요한 목표로 둔다. 아무리 근사한 아이디어라도 우선 실행하면서 완성을 도모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저 청사진으로 잠들어 있게 되기 마련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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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에디터 이마루
    글 안동선
    사진가 윤지용
    아트 디자이너 정혜림
    디지털 디자이너 오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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