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여름 10여 년을 함께한 반려견이 무지개다리를 건너기 전까지 나는 ‘자발적’ 불면에 시달렸다. 두세 시간마다 한 번씩 알람을 맞춰놓고 자다 깨기를 반복하면서 반려견 상태를 체크했기 때문. 숙면을 취하지 못하니 작은 일에도 쉽게 평정심을 잃고 예민해지기 일쑤였고, 집중력과 판단력이 흐려져 비슷한 강도의 업무에도 더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요즘, 여전히 ‘푹잠’이 어렵다. 당시 습관이 밴 건지 자정쯤 잠들면 새벽 4시경에 거짓말처럼 눈이 떠진다. 반려묘와 조금 놀아주다 다시 잠을 청해도 1시간 간격으로 잠이 깬다. 그때마다 화장실에도 갔다가, 소파에 멍하니 앉은 채 졸다가, 맨 바닥에 드러누웠다가…. 자는 둥 마는 둥 하고 오전 7시 30분쯤 일어나는 것이 루틴처럼 자리 잡은 것. 한 번도 깨지 않고 죽은 듯이 자다가 개운하게 눈뜨는 아침을 맞이한 게 언제였던가. 마침 〈엘르〉 프랑스에서 비슷한 주제를 다룬 기사를 발견했다. 숙면은 우리의 감정과 신진대사, 특히 식욕과 포만감을 조절하는 기능과도 직결된다는 것. 또한 잠을 잘 자야 인지능력이 향상돼 업무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어 이는 곧 사회생활의 성취감과 이어진다. 피부 역시 마찬가지. 잠을 푹 자야 세포 재생이 잘되기 때문이다. 내면의 자존감은 물론, 겉으로 보이는 아름다움까지 결부돼 있는 숙면. 〈엘르〉 프랑스에 소개된 솔루션과 에디터가 개인적으로 실천한 방법을 공유한다.
직종에 따라 일하는 양상이 다양해지면서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기’라는 말은 더 이상 현실적이지 않다. 수면시간은 유전과 관련 있지만 약 450분, 좀 더 넓게 잡으면 평균 7~9시간 사이가 적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잠이 들면 깊은 수면과 가벼운 렘 수면이 각각 90여 분간 번갈아 지속되면서 다섯 번의 주기를 거치는 것이 일반적인 패턴. “일어나야 하는 시간을 기준으로 7시간 30분을 역순해서 침대에 들어가야 하는 시간을 생각해 보세요. 바로 잠들지 못하니 몇 분을 더하거나 빼면 되겠죠. 알람 없이도 매일 같은 시간대에 자연스럽게 눈이 떠질 때까지 450분을 확보해 잠을 자는 겁니다.” 로스앤젤레스의 수면 전문가 마이클 브레우스(Michael Breus)의 조언에 따라 아무리 늦어도 ‘이 시간대엔 반드시 누워 잠을 청해야 한다’는 생활습관을 실천해 보자.
생업을 위한 활동에 에너지를 쏟는 것만으로는 숙면이 보장되지 않는다. 피로감에도 수면의 질을 좌우하는 ‘건강한’ 피로감이 분명 있기 때문. 전문가들은 1주일에 최소 3회, 1시간~1시간 30분가량 운동하거나 매일 30~45분 정도 운동하라고 권장한다. 요가나 필라테스 등 스트레칭과 함께 사이클링과 수영, 러닝, 파워 워킹 등을 적당한 강도와 규칙적인 속도로 병행해 주는 것. 수면을 유도하는 호르몬인 멜라토닌이 분비될 수 있도록 햇빛을 볼 수 있는 야외 운동을 함께 하면 더욱 좋다. 뜨거운 땀방울을 흘리고 따끈한 물에 입욕하는 것도 강추.
「 Block out noise and blue light
」 소음과 블루 라이트를 차단할 것. 평소 ‘잠귀’가 밝다면 부드러운 실리콘 소재의 이어플러그를 꽂은 채 잠자리에 들 것을 권한다. 블루 라이트에 노출되는 일도 최소화해야 한다. 잠들기 전 스마트폰을 보지 말라는 얘기는 귀에 박힐 만큼 들었을 터. 스크린에서 방출되는 블루 라이트는 뇌를 각성시켜 수면에 필요한 멜라토닌 생성을 중단하라는 신호를 보낸다. 잠들기 최소 1시간 전부터는 스마트폰을 ‘버려’두자. 전문가들은 인스타그램을 스크롤하다가 잠드는 것보다 차라리 TV 앞에서 잠드는 것이 낫다고 말한다. 지난 한 달간 에디터의 스크린 타임은 26%가량 줄어들었고, 출퇴근 시간과 잠들기 전 시간을 활용해 읽은 책은 약 다섯 권. 스마트폰을 보고 싶어 안달이 날 때는 눈을 감고 송장 자세로 불리는 ‘사바사나’ 요가 자세를 취하곤 했다. 차분하게 호흡 소리에 집중하다 보면 어느새 잠들어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한결 수면의 질이 향상됐음은 당연지사요, 과장 조금 보태면 ‘삶의 질’ 자체가 달라진 것 같다.
「 Sleeping on cloud nine
」 우리는 자는 동안 평균 40번을 뒤척이고, 400ml의 땀을 흘린다고 한다. 1년으로 계산하면 8760시간 동안 약 1만5000번 움직이는 사이 수백만 마리의 집먼지 진드기와 머리카락, 각질, 동물 털 등과 함께 뒤척이고 있는 셈. 침구류를 최상의 상태로 만들어줘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소 2주일에 한 번, 침구류를 완전히 바꾸거나 같은 침구류라도 세탁은 물론 건조까지 돌려 보송보송한 상태로 다시 깔아줄 것. 그사이 진공청소기로 매트리스까지 쫙 빨아내야 한다. 목의 굴곡을 고려해 너무 낮거나 높지 않은 베개를 선택하고, 경추를 받쳐줄 수 있도록 보조 쿠션이나 둘둘 만 수건을 베개 바로 밑에 두고 잠을 청하는 것도 좋은 방법. 수면 양말을 신어 발의 온도를 올려주면 모세혈관이 확장되고 미세 순환이 원활해져 뇌에 ‘잠잘 시간’이라는 신호를 전할 수 있다.
우연히 ‘락티움’ 성분이 함유된 유산균제를 먹기 시작한 당일과 그 다음날, 중간에 한 번도 깨지 않고 오전 7시쯤 자연스럽게 눈이 떠지는 경험을 했다. 그날 유달리 피곤한 날이었을 수도 있고 플라세보 효과일지도 모르겠지만, 새벽 4시마다 자신과 놀아주던 집사가 걱정된다는 듯 침대 맡에서 에디터를 의아한 눈빛으로 바라보던 반려묘의 표정과 매일 아침 마주하고 싶어 꾸준히 챙겨 먹는 중. 락티움은 우유에서 유래한 천연 성분으로 신경전달물질인 가바(Gaba)가 결합될 수 있도록 가바 수용체를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잠 안 올 때 따뜻하게 데운 우유를 먹으면 된다는 말도 일리가 있었던 것. 2019년 발표된 임상연구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성인 남녀 48명을 대상으로 4주간 락티움을 섭취했을 때 잠이 들기까지 소요시간이 약 20분 줄고, 총 수면시간은 약 40분 증가했다고 한다. 함량이 300mg 이상인지 확인하고 4주 이상 꾸준히 섭취할 것. 단, 우유에서 추출했기 때문에 유제품에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주의해서 먹는 것이 좋다. 수면제에 다소 거부감을 느낀다면 멜라토닌이 들어 있는 수면유도제를 섭취하거나 근육 이완과 신경 기능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마그네슘이 주성분을 이루는 영양제를 먹는 것도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