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와 무용가가 함께 사는 집 || 엘르코리아 (ELLE KOREA)
CULTURE

건축가와 무용가가 함께 사는 집

바이아키텍츠 이병엽, 콜렉티브A 차진엽 부부의 차분하고 현대적인 정물화가 떠오르는 집.

ELLE BY ELLE 2023.08.07
 건축가 이병엽과 무용가 차진엽의 집 거실. 1.5층에 달하는 높은 천장과 뾰족한 박공지붕이 인상적이다. 오른쪽에는 거울처럼 비치는 스틸 슬라이딩 도어를 만들어 드레스 룸과 거실을 분리했다. 가끔 낮은 테이블을 치우고 차진엽 감독의 안무 연습 공간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건축가 이병엽과 무용가 차진엽의 집 거실. 1.5층에 달하는 높은 천장과 뾰족한 박공지붕이 인상적이다. 오른쪽에는 거울처럼 비치는 스틸 슬라이딩 도어를 만들어 드레스 룸과 거실을 분리했다. 가끔 낮은 테이블을 치우고 차진엽 감독의 안무 연습 공간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분야와 방식은 달라도 결국 시선은 같은 곳을 바라볼 수밖에 없다. ‘바이아키텍츠’의 건축가 이병엽, ‘콜렉티브A’의 예술감독인 현대무용가 차진엽 역시 그렇다. ‘집’과 ‘무대’라는 매개체는 서로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공간과 움직임, 그 속의 삶을 탐구하는 건 매한가지. 공간에 진심인 사람들은 신혼집을 결정할 때도 수많은 고심의 시간이 필요하다. 특히 이병엽 소장은 한옥이나 교외의 단독주택에 대한 희망을 내려놓기 어려웠던 것이 사실. 
 
2층 다락은 원래 창고로 사용되던 곳을 정리해 작업실 겸 서재로 만들었다. 가구는 모두 이병엽 소장이 카페 ‘취향관’을 설계할 당시에 제작했던 것이다.

2층 다락은 원래 창고로 사용되던 곳을 정리해 작업실 겸 서재로 만들었다. 가구는 모두 이병엽 소장이 카페 ‘취향관’을 설계할 당시에 제작했던 것이다.

 
하지만 침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커다란 목련나무와 푸른 공원이 지척인 이 집에는 어쩔 수 없이 마음을 빼앗겼다. 이병엽은 자신의 신혼집을 마련하면서 한 번쯤 시도하고 싶었던 컬러와 소재를 과감히 사용하기로 했다. 블랙에 가까운 LVT 우드 바닥재, 텍스처를 살려 마감한 잿빛 페인트 벽, 블랙과 그린이 섞인 패턴 타일 등은 그렇게 한데 모여 이 집의 아름다운 기조가 됐다. “컬러와 패턴을 최소화한 배경을 만드니 각자 소장했던 소품과 오브제들이 오히려 돋보이게 됐어요.” 너무 자연스러워 빠르게 눈치채기 어려운 이 집의 비밀은 화장실만 제외하면 공간을 나누는 문이 전혀 없다는 것. 
 
박공지붕과 반원 창문이 이국적인 부부의 거실. 하이퍼 리얼리즘 조각가인 론 뮤익의 판화를 자연스럽게 바닥에 놓았다.

박공지붕과 반원 창문이 이국적인 부부의 거실. 하이퍼 리얼리즘 조각가인 론 뮤익의 판화를 자연스럽게 바닥에 놓았다.

 
너른 침대와 마르니의 문워크 체어가 놓인 침실, 본래 샤워기와 세면대만 있던 자리를 작은 욕조로 채운 안방 화장실, 창고로 쓰던 다락을 개조한 2층 작업실 겸 서재 등이 활짝 열려 있다. 가구는 대부분 부부가 혼자 사용했던 것을 합친 것이다. 두 사람은 긴 대화를 통해 서로 다른 취향을 퍼즐처럼 맞춰나갔다. “각자 살아온 라이프스타일이 다르니 ‘가구 결혼시키기’처럼 느껴졌어요. 하지만 이를 계기로 서로 더 이해하게 됐죠.” 
 
마테오 그라시의 빈티지 암체어 옆에는 이케아의 바 스툴에 블랙 통원목을 올려 제작한 사이드 테이블을 놓았다. 벽을 타고 오르는 듯한 사람 오브제는 신혼여행으로 다녀온 발리에서 구입했다.

마테오 그라시의 빈티지 암체어 옆에는 이케아의 바 스툴에 블랙 통원목을 올려 제작한 사이드 테이블을 놓았다. 벽을 타고 오르는 듯한 사람 오브제는 신혼여행으로 다녀온 발리에서 구입했다.

 
네덜란드 건축가이자 화가인 아놀드 막스의 다이닝 테이블과 의자, 마테오 그라시의 블랙 암체어, 아르떼미데의 스틸 조명 등 거실에 놓인 가구들은 이병엽 소장이 즐겨 찾는 빈티지 숍에서 정성껏 골랐다. 부엌 한가운데 놓인 스틸 아일랜드는 이케아에서 구입한 수납장을 재조합 가공해 매뉴얼에 없는 새로운 가구를 만들었다. 박공지붕 아래 놓인 대형 미러 볼, 살롱 ‘취향관’을 설계했을 때 디자인한 테이블 등 부부가 그간 진행했던 프로젝트의 추억이 담긴 아이템도 집 안 곳곳에 놓여 있다. 두 사람은 아직 결혼식을 올리지 않았다. 
 
단순하고 묵직한 디자인의 빈티지 다이닝 테이블과 의자는 아놀드 막스, 벽에 걸린 컬러플한 페인팅은 ‘스페인의 어린 천재 화가’로 불리는 레오나르도 파스트라나의 작품. 계단과 계단 사이의 작은 공간에는 라탄 체어와 식물들을 놓아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1층과 2층을 연결하는 계단 중간에는 원형 창문과 작은 책장이 자리한다.
 
부부의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 찾아온 방문자들과 천천히 대화하며 마주할 수 있는 형식을 고민하다가 작은 전시를 겸한 결혼식을 떠올렸다. 여름이 되기 전, 〈결혼〉전이라는 타이틀로 한 사진과 영상, 아트워크 등 다양한 영역의 작품으로 공간을 채우고 이틀간 서로의 친구와 친지들의 축하를 받으며 기억에 오래 남을 시간으로 만들 계획이다. “이 집을 꾸민 것처럼 결혼식도 그렇게 해볼 생각이에요. 우리만의 취향과 방식으로요.”

 
침실과 연결된 안방 욕실에는 샤워 시설과 세면대가 있던 자리에 작은 욕조를 설치했다. 잔잔한 물결이 느껴지는 대형 타일로 사진 작품 같은 효과를 더했다. 부엌 벽에는 강렬한 패턴의 대리석 타일을 시공해 포인트를 주었다. 왼쪽에 놓인 스테인리스스틸 스툴은 아틀리에 투(Atelier To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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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컨트리뷰팅 에디터 정윤주
    사진가 맹민화
    아트 디자이너 김려은
    디지털 디자이너 장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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