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함 한 스푼! 레몬서울 김보라 윤종후의 사적인 수집품 #더컬렉터스 || 엘르코리아 (ELLE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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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함 한 스푼! 레몬서울 김보라 윤종후의 사적인 수집품 #더컬렉터스

'레몬서울' 김보라와 윤종후가 수년간 모아온 사운드 가젯에는 디자인의 역사가 살아 있다.

김초혜 BY 김초혜 2023.07.14
 
빈티지 가젯을 모으고 판매하는 숍 ‘레몬서울’ 대표 김보라·윤종후는 창고 두 개를 가득 채울 만큼 희귀한 음향 기기를 모으는 수집가들이다. 부부가 수많은 컬렉션 중에서 자신의 집에 남기기로 결정한 아이템에는 어디서도 들어본 적 없는 보석 같은 이야기가 숨겨져 있다. 김보라는 어린 시절 독일에 살았던 어머니에게서 수집가 DNA를 물려받았다. 간호사로 일하던 어머니는 당시 독일에서 사용했던 음악 디바이스와 바이닐을 한국으로 가져와 거실 벽을 채웠고, 그렇게 탄생한 음악 공간은 오래된 물건을 소중히 여겼을 때 발견할 수 있는 기쁨을 무럭무럭 키울 수 있는 씨앗이 됐다. 윤종후 역시 어릴 때부터 교실에서 카세트테이프를 온종일 듣던 소년이었다. 그는 밴드 베이시스트로 활동할 만큼 시대를 넘나드는 음악에 빠져 있었다.
 
 그때그때 무드에 따라 사운드 시스템을 다르게 배치해 음악을 감상한다. 거실장 위에 미츠비시 다이아톤(Diatone) LT-5V와 리니어(Linear) 트래킹 턴테이블이 보인다. 테크닉스 파워 앰필러(Technics Power Amplifier) SE-A5 위로 소니의 PS-F9가 놓여 있다. 바닥에 있는 원형 턴테이블은 일렉트로홈(Electrohome) 아폴로 860, 우주비행사 얼굴처럼 보이는 제품은  백남준의 작품에도 쓰였던 JVC 비디오스피어(Videosphere)의 텔레비전.

그때그때 무드에 따라 사운드 시스템을 다르게 배치해 음악을 감상한다. 거실장 위에 미츠비시 다이아톤(Diatone) LT-5V와 리니어(Linear) 트래킹 턴테이블이 보인다. 테크닉스 파워 앰필러(Technics Power Amplifier) SE-A5 위로 소니의 PS-F9가 놓여 있다. 바닥에 있는 원형 턴테이블은 일렉트로홈(Electrohome) 아폴로 860, 우주비행사 얼굴처럼 보이는 제품은 백남준의 작품에도 쓰였던 JVC 비디오스피어(Videosphere)의 텔레비전.

각자의 자리에서 좋아하는 것을 모으던 두 사람이 함께하기 시작하면서 수집품의 종류는 더욱 다채롭고 방대해졌다. “원래 의류 브랜드를 함께 운영했어요. 우리가 좋아하는 것들을 브랜드 룩 북으로 담아보고 싶어서 빈티지 직사각형 카세트테이프 레코더 15개를 구입해서 구조물을 만들었죠.” 회사 소속 디자이너였던 김보라와 VMD 윤종후가 자신의 브랜드를 론칭하면서 구매했던 가젯은 두 사람이 본격적으로 수집에 뛰어든 계기가 됐다. “약 15년간 일하고 쉬는 시간을 가질 때였어요. 재미삼아 수집품에 얽힌 이야기들을 하나씩 연재해 보고 싶어서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었고, 그게 레몬서울의 시작이 됐어요.” 범상치 않은 컬렉션은 금세 입소문을 탔고, 사진 속 빈티지 사운드 시스템을 직접 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레몬서울 대표 윤종후와 김보라.

레몬서울 대표 윤종후와 김보라.

벽에는 소니의 컬러플한 헤드폰 MDR-3L2와 MDR-005가 출시 당시의 색을 그대로 간직한 채 걸려 있다.

벽에는 소니의 컬러플한 헤드폰 MDR-3L2와 MDR-005가 출시 당시의 색을 그대로 간직한 채 걸려 있다.

두 사람은 을지로에서 의류 사무실로 쓰던 곳에 30분 만에 레몬서울 간판을 달고 첫 번째 손님을 초대했다. “하나의 물건을 경험하면서 디자인 역사를 공부하다 보면 당시 사람들이 어떤 삶을 살았고, 어떻게 문화를 즐겼는지 생생하게 느낄 수 있어요. 한 시대를 풍미한 색과 소재는 확연히 달라요.” 지금은 구하기 어렵지만 당시의 색감을 그대로 보존한 오디오 기기들을 발견하면 김보라의 눈은 반짝인다. 
 
선반 위에 올려진 빈티지 수집품들. 녹색 워크맨은 소니의 카세트 플레이어 WM-EQ9, 왼쪽 하단에 보이는 하얀색 워크맨은 소니 라디오 카세트 플레이어 WM-F51다. 핑크색 조각상이 머리에 쓰고 있는 헤드셋은 팬 아메리칸 항공(Pan American World Airlines), 선반 가운데 놓인 핑크색 오디오는 내셔널 스테레오 뮤직 시스템 SG-J500.

선반 위에 올려진 빈티지 수집품들. 녹색 워크맨은 소니의 카세트 플레이어 WM-EQ9, 왼쪽 하단에 보이는 하얀색 워크맨은 소니 라디오 카세트 플레이어 WM-F51다. 핑크색 조각상이 머리에 쓰고 있는 헤드셋은 팬 아메리칸 항공(Pan American World Airlines), 선반 가운데 놓인 핑크색 오디오는 내셔널 스테레오 뮤직 시스템 SG-J500.

박스 속 키치한 CD 플레이어는 소니 후피 D-180WP다.

박스 속 키치한 CD 플레이어는 소니 후피 D-180WP다.

캐리어처럼 여닫을 수 있는 카세트테이프를 위한 가구는 오래전 일본의 음악 애호가가 직접 만들었다. 카세트테이프는 소모품이기 때문에 똑같은 걸 두세 개씩 모으기도 한다. 가구 위쪽에 놓인 워크맨 두 개는 소니의 후피(Whoopee) WM-3500SP.

캐리어처럼 여닫을 수 있는 카세트테이프를 위한 가구는 오래전 일본의 음악 애호가가 직접 만들었다. 카세트테이프는 소모품이기 때문에 똑같은 걸 두세 개씩 모으기도 한다. 가구 위쪽에 놓인 워크맨 두 개는 소니의 후피(Whoopee) WM-3500SP.

선반 위에 전시한 내셔널 스테레오 뮤직 시스템의 핑크색 카세트 플레이어도 출시됐을 때의 색을 간직하고 있는 제품을 운 좋게 구했다. 반면 윤종후는 소리의 질감에 집중한다. “보통 카세트 플레이어가 내는 소리를 상상하면 몽글몽글한 질감의 소리를 떠올리지만, RQ-8300 레코더는 기타의 퍼드 톤이 날카롭게 들려요. 제가 좋아하는 록이나 메탈과 잘 어울리죠.” 색과 소리의 질감, 두 세계가 만나 레몬서울만의 독보적인 감각이 발현됐다. “계속 모으기만 하면 나중에는 수집품이 든 박스를 모으는 기분이에요. 요즘은 수집품의 순환에 대해 생각하고 있어요.” 윤종후는 수집품을 영원히 간직하는 것보다 더 간절히 원하는 사람들과 나누는 게 맞다고 믿는다. “몰랐던 시대를 소리로 경험하면서 느끼는 행복감이 엄청나거든요.” 두 사람에게 수집이란 행복을 꾹꾹 눌러 담은 주크박스이자 새로운 수집가들과 연결해 주는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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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에디터 김초혜
    사진 이주연
    디자인 김려은
    디지털 디자인 오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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