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사로 · 구쌍 · 로뇽 · 배리 · 르사주 등 장인 정신의 결정체, 공방들의 노하우가 집결된 샤넬의 공방 컬렉션. 이번 2022/2023 공방 컬렉션은 지난해 12월 세네갈의 수도 다카르의 구법원에서 처음 선보였다. 왜 다카르일까? 그 배경에는 3년 전 샤넬의 아티스틱 디렉터 버지니 비아르가 다카르에서 만난 샤넬 하우스의 친구들과 깊은 인연이 있다. 다카르에서 생활하는 친구와 예술 프로젝트를 선보였거나 앞으로 선보이게 될 친구 등 다카르에서 수많은 아티스트를 만났고, 그들은 버지니 비아르에게 활기찬 에너지와 영감을 줬다. 우리에게 생소한 다카르는 예술로 유명한 도시로, 패션은 물론 영화 · 무용 · 현대미술 · 문학 등 다방면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버지니 비아르는 이런 다카르를 놓치지 않았다.

약 6개월이 흘러 버지니 비아르는 일본으로 향했다. 다카르에서 선보인 공방 컬렉션을 다시 한 번 도쿄에서 선보인 것. 이번에는 왜 일본이었을까? 샤넬과 일본의 첫 만남은 1978년 첫 부티크를 오픈하면서 시작됐다. 40여 년간 샤넬과 일본이 맺은 우정의 상징으로서 문화 중심지인 다카르와 도쿄를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기대한 것. 그런 인연은 일본에 첫 부티크를 오픈하기 전, 가브리엘 샤넬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가브리엘 샤넬은 보이 카펠의 소개로 일본 예술의 아름다움과 분위기에 매혹된 것으로 전해진다. 가브리엘 샤넬은 일본 전통 자수를 좋아했는데, 초창기 컬렉션부터 섬세한 꽃 모티프에서 영감을 얻기도 했다고. 이후 일본에서 다양한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고, 레플리카 쇼와 전시를 선보이며 샤넬은 일본과 깊은 인연을 쌓았다.

이런 인연을 고려해 6월 1일 일본의 심장부 긴자에 있는 도쿄 빅사이트에서 레플리카 쇼를 선보였다. 쇼장에 들어서는 길목부터 남달랐다. 안무가 디미트리 샹블라(Dimitri Chamblas)가 새롭게 해석하고, 도쿄 타마 미술대학의 무용수들이 선보인 슬로 쇼(Slow Show) 퍼포먼스로 참석자를 맞았다. 쇼장은 미니멀한 베이지와 블랙의 거대한 공간으로 디자인돼 웅장한 규모로 참석자들을 압도시켰다. 쇼는 일본의 기타리스트 이치카 니토가 세네갈 출신의 래퍼 닉스(Nix)와 함께 ‘더 월드 이즈 스틸 뷰티플(The world is still beautiful)’을 공연하고, 뒤이어 사카모토 류이치의 전설적인 곡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로렌스’를 연주하며 시작됐다. 이번 컬렉션은 70년대 에너지에서 영감을 얻은 컬러와 모티프가 하우스의 상징적 코드와 결합했다.





버지니 비아르가 애정하는 70년대 정신이 담긴 것이다. 에너지의 폭발로 상징된 황홀한 자유와 팝, 소울, 펑크(Funk)와 펑크(Punk), 디스코 시대를 환희에 넘친 여성으로 표현했다. 하우스가 사랑하는 코드는 플로럴 패턴과 꽃다발을 이룬 까멜리아, 다양하게 엮은 진주, 장식적인 주얼리 버튼과 눈부신 시퀸은 블랙 앤 화이트 레이스 자수와 조화를 이루며 하우스의 아이코닉한 스타일을 완성했다. 자수 공방 르사주의 아티스틱 디렉터 위베르 바레르(Hubert Barre‵re)에게 가장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간 작품을 묻자 “컬렉션 시작 1년 전에 버지니에게 다른 컬렉션을 위한 작품을 보여줬더니 ‘이건 다카르 공방 컬렉션에 써야겠다!’고 했다. 그 작품은 프랑스에서 1971년에 선보인 히피 스타일의 엠브로이더리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메시에 진주, 우드, 유리 소재를 사용해 완성했다. 평범한 자수가 아니라 특별한 작품이다. 이번 컬렉션을 위해 약 10개의 룩을 새로 만들었다”고 했다.



다카르를 잘 표현한 트위드에 대해서는 “이번 컬렉션을 대표하는 트위드는 룩 26으로 세네갈 국기 컬러인 그린과 래디시 핑크, 옐로, 브라운으로 만든 룩이다. 롱 코트로 강렬함을 표현한 트위드 걸작으로, 수작업으로 마무리한 데다 리본을 일일이 손으로 붙여 아주 복잡하고 정교한 작품이 됐다. 매우 자랑스럽다. 버지니도 이 룩을 좋아하더라.”라고 말했다. 룩 외에도 에스닉 무드의 크로셰 이어링, 목을 감싸는 볼드 메탈 네크리스 등 이국적인 커스텀 주얼리와 현란한 그러데이션 컬러의 클래식 백, 벌키한 트위드와 비즈 장식의 크로스백, 비비드한 투 톤 슈즈 등 공방 컬렉션만의 화려하고 독보적인 무드를 완성했다.









이번 쇼를 위해 수많은 스타가 총출동했다.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제니와 박서준을 비롯해 크리스틴 스튜어트, 고마츠 나나, 캐롤라인 드 매그레 등이 자리를 빛냈다. 쇼가 끝난 후에는 옆 공간에 마련된 애프터 파티장으로 이동했다. 파티에선 제니가 누구도 생각지 못한 깜짝 공연으로 K팝의 위상을 알리며 도쿄의 밤을 수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