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웨이 위 남자들의 치맛바람 || 엘르코리아 (ELLE KOREA)
FASHION

런웨이 위 남자들의 치맛바람

태풍처럼 불어왔다.

김지회 BY 김지회 2023.03.18

스커트 휘날리며

런웨이에 태풍처럼 불어온 남자들의 거센 치맛바람.
 
브랜드 피트는 레드 카펫에서 스커트 룩으로 시선을 모았다. 디올 맨 쇼에 등장한 로버트 패틴슨. 스커트에 투박한 부츠를 매치해 ‘쿨’한 스커트 룩을 연출했다. 팬츠 위에 플리츠스커트를 겹쳐 연출한 제이홉. 남자의 스커트 수트를 제대로 보여준 제이든 스미스.
한국에서 ‘치마’로 화제가 된 인물을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60년대 미니스커트를 입 고 입국하다 계란 세례를 맞은 윤복희와 90년대 ‘너 없는 동안’을 부르며 무대를 장악했던 김원준의 룩이 먼저 떠오른다. 윤복희와 김원준, 성별은 다르지만 모두 오래도록 화제가 됐던 건 치마가 가진 명확한 여성성에 대한 이미지 때문일 것이다. 짧은 치마로 매끈한 다리를 드러낸 것도, 남자답지 않게(?) 긴 천을 두른 것도 당시 논쟁을 낳을 만큼 ‘파격’이라는 수식어가 붙었으니까. 여전히 젠더리스에 대한 설명이 필요한 시대지만 변화는 천천히, 분명하게 일어나고 있었다. 최근 몇 시즌째 이어진 남성 컬렉션의 스커트 룩은 매번 업그레이드되며 스커트를 셔츠나 팬츠처럼 하나의 아이템으로 해석하고 있다. 스타일도 여성 컬렉션의 스커트만큼이나 변화무쌍하다. 톰 브라운과 디올 맨은 단정한 셔츠와 재킷, 스커트를 매치해 스코틀랜드 전통 의상인 킬트처럼 클래식 룩을 완성했고, 지방시나 디스퀘어드2, 준지는 거칠게 자른 밑단과 해진 데님 스커트로 펑크와 그런지를 오가는 스타일을 선 보였다. 남성 컬렉션 기간 동안 여자들마저 눈을 뗄 수 없게 만든 스커트 룩도 있었다. 오랜만에 단독 남성복 컬렉션을 발표한 구찌는 미켈레가 떠난 뒤 훨씬 실용 적으로 변한 모습이었는데, 코트 자락과 펄럭이는 와이드 팬츠 사이에 긴 길이의 슬릿 스커트를 넉넉한 럭비 셔츠와 매치하는가 하면 양말과 로퍼가 슬릿 사이로 슬쩍슬쩍 보이도록 연출해 다가가기 쉽게 만들었다. 한편 어떤 트렌드라도 자신만 의 방식으로 간결하게 표현하는 데 일가견 있는 라프 시몬스는 미우치아 프라다 와 선보인 프라다 컬렉션에서 단단한 스웨이드 소재의 드레스를 선보였다. 
 
산업용 앞치마에서 영감받은 드레스는 프라다만의 간결한 재킷과 블랙 슬랙스에 더해져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컬렉션에 위트를 더했다. 가장 우아한 스커트 자락을 휘날린 건 생 로랑 쇼. 길고 늘씬한 드레스와 코트 룩이 이어진 컬렉션은 지난 여성 컬렉 션의 연장선 같은 모습이었다. “저는 쇼의 모델들이 한 사람으로 보여졌으면 좋겠어요. 여자, 남자 구별할 수 없는 모습으로 점점 더 간극을 좁혀 나가고 싶어요.” 생 로랑의 아티스틱 디렉터 안토니 바칼레로는 콧잔등부터 얼굴을 가려 성별을 판단 할 수 없는 직선적인 드레스와 가슴을 드러내는 카울 장식의 실크 셔츠, 리본 장식 등 우아한 멘즈 컬렉션으로 젠더리스의 방향을 명확하게 제시했다. 앞서 언급 한 디자이너들이 스커트에 대한 편견을 허물고 문턱을 낮췄다면 2017년 자신의 이름으로 브랜드를 론칭해 주목받고 있는 디자이너 루도빅 드 생 제르넹이 표현하 는 방식은 좀 더 과감하다. 허리 라인을 드러낸 손바닥 만한 너비, 속옷이 비칠 정 도로 시어한 소재, 크리스털이 촘촘히 박힌 스커트 룩을 선보였으니까. “저는 패션 다큐멘터리에 집착하며 자랐어요. 기성세대에게 받았던 영감을 새로운 세대에게 돌려주고 싶었어요. 이번 컬렉션은 멋지고, 화려하고, 자신감이 넘쳤던 2000년대 를 저만의 방식으로 표현한 것이죠.” 브랜드 초기부터 젠더리스 룩을 선보이며 자신만의 팬 층을 만들어가고 있는 루도빅 드 생 제르넹은 최근 앤 드뮐미스터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으며 한층 자신감이 붙은 모습이다. 런웨이와 셀렙들의 룩 에서 보이는 것처럼 스커트는 그저 패션 아이템 중 하나다. 크레파스를 잡았을 때부 터 여자, 남자를 스커트와 머리길이로 구분해서 그리는 법을 배우고 성별을 구별하는 교복을 입으며 자란 성장 과정이 여전히 스커트를 입길 주저하게 만들고, 불편한 시선을 갖게 하는 건 아닐까? 다 자라버린 우리에게 디자이너들은 스커트를 팬츠 위에 입든, 코트 안에 겹쳐 입든 그저 이 아이템을 가볍게 즐겨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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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에디터 김지회
    사진 IMAXtree.com
    GETYIMAGES KOREA
    아트 디자인 김민정
    디자인 장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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