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스트 엠마누엘 페로탕의 갤러리 하우스 || 엘르코리아 (ELLE KOREA)
LOVE&LIFE

갤러리스트 엠마누엘 페로탕의 갤러리 하우스

벽에 걸린 작품은 물론, 소파와 테이블까지 예술가의 손길이 닿은 그녀의 집.

ELLE BY ELLE 2022.09.15
 
 
페로탕 하우스의 인상을 결정 짓는 곰과 돼지 오브제. 하늘을 나르는 푸른 곰은 파올라 피비의 〈Who told you white men can jump?〉(2013), 기운 없는 돼지는 윔 델보이의 〈Wim〉(2006).

페로탕 하우스의 인상을 결정 짓는 곰과 돼지 오브제. 하늘을 나르는 푸른 곰은 파올라 피비의 〈Who told you white men can jump?〉(2013), 기운 없는 돼지는 윔 델보이의 〈Wim〉(2006).

프랑스 파리 마레 지구에 있는 페로탕 갤러리. 멀지 않은 곳에 페로탕 소유의 ‘살 드 발(Salle de Bal)’이 함께 자리한다. 페로탕 갤러리 창립자인 엠마누엘 페로탕은 살 드 발에 갤러리의 컬렉션을 보관하고 특별 전시나 이벤트를 펼치기도 한다. 이곳의 또 다른 점은 엠마누엘 페로탕의 집 또한 내부에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이다. 집 안의 아트 피스를 새롭게 정비한 그가 〈엘르 데코〉를 초대했다. 이 집의 멋진 외관은 건축가 루이 라플라스(Luis Laplace)의 손길로 긴 레너베이션을 거쳐 완성됐다. “9년 전 이곳으로 이사했습니다. 이 건물은 80년대에 완전히 훼손된 상태여서 꽤 방대한 보수 작업을 거쳤어요. 한쪽 벽면만 살리고 모두 철거했습니다.” 새롭게 탈바꿈한 엠마누엘의 집은 갤러리 대표의 공간답게 박물관을 연상시킨다. 우선 중정에서 집 내부로 이어지는 복도에는 원형 계단과 5m가 넘는 빔 델보예(Wim Delvoye)의 ‘고딕 타워(Gothic Tower)’가 위용을 뽐낸다. 내부로 진입하기 전 왼쪽에 보이는 피트니스 공간은 원래 야외 공간이었지만, 시의 허가를 얻어 유리 천장을 설치하고 세로 3m, 폭 7m에 달하는 무라카미 다카시의 페인팅을 걸었다. 그리고 창문을 통해 이 작품을 관람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아파트 입구에 들어섰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장면은 소녀의 낮잠과 꿈속에 등장하는 동물이 어우러진 클라라 크리스탈로바의 〈Sleeping〉(2012). 벽에는 무라카미 다카시의 〈Arhats: The Four Heavenly Kings〉(2016), 이배의 〈Issu du Feu〉(2000)가 걸려 있다.

아파트 입구에 들어섰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장면은 소녀의 낮잠과 꿈속에 등장하는 동물이 어우러진 클라라 크리스탈로바의 〈Sleeping〉(2012). 벽에는 무라카미 다카시의 〈Arhats: The Four Heavenly Kings〉(2016), 이배의 〈Issu du Feu〉(2000)가 걸려 있다.

엠마누엘은 무라카미 다카시를 일본 이외의 국가에 최초로 소개한 갤러리 오너로, 그의 작품을 대거 소장하고 있기에 집 안 곳곳에서 다카시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집 안에 들어서 복도 오른쪽 서재로 들어가는 길목에도 거대한 유리벽을 설치해 무라카미 다카시의 조각품을 배치했고, 맞은편엔 베르나르 프리즈(Bernard Frize), 클로드 뤼토(Claude Rutault)의 페인팅과 작품들을 놓았다. 그러나 집의 인상을 좌우하는 작품은 다름 아닌 천장에 매달린 이탈리아 출신 아티스트 파올라 피비(Paola Pivi)의 파란색 곰 ‘Who told you white men can jump?’다. 이 파란색 곰은 블라디미르 카간(Vladimir Kagan)의 유선형 소파와 폴 에번스(Paul Evans)의 테이블, 박서보의 웅장한 단색화, 엘름그린 & 드라그셋(Elmgreen & Dragset)의 ‘이리나(Irina)’가 조화롭게 배치된 파격적인 거실을 유영하듯 자유롭게 날고 있다. 각자 다른 에너지와 감성을 가진 아트 피스를 다채롭게 구성하는 동시에 조화로운 공간을 탄생시킨 엠마누엘의 취향은 페로탕 갤러리의 스타일을 그대로 대변하는 듯 보인다. “음악을 예로 들면 우리는 아주 자연스럽게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듣잖아요. 기분에 따라 팝 음악과 클래식, 재즈, 뉴웨이브까지 넘나드는 건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죠. 하지만 아트계에서는 한 장르만 고집해야 한다거나 전문가가 돼야 한다는 암묵적인 룰이 있는 듯해요. 하지만 저는 다양한 장르의 아티스트를 좋아하고, 열려 있는 편이죠. 여러 장르가 혼합된 것은 언뜻 복잡해 보여도 다양한 세계가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됩니다.”
 
무라카미 다카시의 〈Homage to Francis Bacon(Study of Isabel Rawsthorne)〉(2002), 조슈아 스펠링의 〈Debbie Downer〉(2019)가 걸려 있는 2층 거실 전경. 테이블에는 프랑스 여성 조각가 제르멘 리시에의 〈Buste n°12〉(1934~2009)가 놓여 있다.

무라카미 다카시의 〈Homage to Francis Bacon(Study of Isabel Rawsthorne)〉(2002), 조슈아 스펠링의 〈Debbie Downer〉(2019)가 걸려 있는 2층 거실 전경. 테이블에는 프랑스 여성 조각가 제르멘 리시에의 〈Buste n°12〉(1934~2009)가 놓여 있다.

특이하게도 집 안 대부분의 가구들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Frank Lloyd Wright)를 포함한 미국 건축가 및 디자이너의 작품이 주를 이룬다. 페로탕은 “미국 디자이너의 가구를 고른 건 저만의 프랑스식 유머라 할 수 있어요. 미국인에게 피에르 폴랑(Pierre Paulin)을 비롯한 프렌치 가구가 인기가 많잖아요. 저는 반대로 미국 디자이너의 가구들을 선택하고 싶었어요(웃음). 집을 레너베이션할 당시에는 장 프루베(Jean Prouve´), 피에르 잔느레(Pierre Jeanneret)의 가구를 사용하는 것이 유행이었지만요.”
 
한 벽 가득 무라카미 다카시의 〈Untitled〉(2018)가 걸려 있는 피트니스 룸. 선반 위에 놓인 작품은 매튜 로네이의 〈Double Orbing Fields〉(2015).

한 벽 가득 무라카미 다카시의 〈Untitled〉(2018)가 걸려 있는 피트니스 룸. 선반 위에 놓인 작품은 매튜 로네이의 〈Double Orbing Fields〉(2015).

복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옆은 무수한 아트 관련 서적으로 빼곡하다. 복층 중앙에 위치한 응접실에는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스툴과 무라카미 다카시의 플라워 쿠션이 바닥에 자리한다. 이 공간 왼쪽으로는 아이들 방, 오른쪽은 엠마누엘 부부의 공간이다. 건축가의 도움으로 레너베이션을 진행했지만 엠마누엘 역시 지금까지 20여 개 갤러리를 오픈하며 얻은 건축과 공간에 대한 명확한 철학을 갖고 있었다. 그가 꽤 고민한 부분은 천장이 유독 낮은 2층 공간의 구성. 한쪽에 두 개의 욕실과 방, 드레스 룸을 만들고 반대쪽에는 아이들 방을 만들고자 했다. 천장이 낮은 탓에 작품을 많이 걸기는 어려웠지만, 그럼에도 엠마누엘의 공간은 빈 벽과 공간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그가 좋아하는 작가들의 컬렉션으로 촘촘하다. 미술관의 모습과 흡사하다. 살 드 발 지하공간에 개인적으로 소장한 작품을 보관할 수 있지만, 집에 작품을 전시하는 건 그에게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갤러리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최대한 많은 작품을 집에 전시하고 싶어요. 그래서 더 높은 천장과 넓은 벽을 선호하는 거고요. 갤러리 소속 아티스트들을 집에 초대했을 때 자신의 컬렉션이 걸려 있는 걸 보는 건 특별한 경험이잖아요. 자신의 작품이 중요하고 가치 있는 것으로 느끼지 않을까요?” 80년대 말, 이미 ‘버추얼 전시’를 기획하고 아파트와 같은 주거공간을 갤러리로 활용하는 등 예술계에 새로운 전시 방향을 제시해 온 그는 기존의 갤러리스트와는 확연히 다른 취향을 내보였다. 페로탕이 세계적 갤러리로 성장하는 데 원동력이 된 그의 감각은 곧 새롭게 오픈할 페로탕 두바이 갤러리로도 이어진다. 물론 그의 아주 개인적인 갤러리 같은 이 집의 변모 또한 계속될 전망이다.
 
무라카미 다카시의 〈Jellyfish Eyes - Max & Shimon〉(2004)이 전시돼 있는 입구 응접실. 조각상 뒤로 베르나르 프리츠의 〈Marouts〉(2015)가 보인다.

무라카미 다카시의 〈Jellyfish Eyes - Max & Shimon〉(2004)이 전시돼 있는 입구 응접실. 조각상 뒤로 베르나르 프리츠의 〈Marouts〉(2015)가 보인다.

 
책장 위에 놓인 작품은 헤수스 라파엘 소토의 〈Maquette de la Sphe‵re Lute′tia, 1996 - Edition Avila(Succession Soto), 2014〉, 자비에 베이앙의 〈Mobile n°3〉(2016).

책장 위에 놓인 작품은 헤수스 라파엘 소토의 〈Maquette de la Sphe‵re Lute′tia, 1996 - Edition Avila(Succession Soto), 2014〉, 자비에 베이앙의 〈Mobile n°3〉(2016).

 
창가에 놓인 세라믹 오브제는 가브리엘 리코의 〈Crudelitatem(I will say the romans that spread on the world but it was the world that spread upon the romans)〉(2017).

창가에 놓인 세라믹 오브제는 가브리엘 리코의 〈Crudelitatem(I will say the romans that spread on the world but it was the world that spread upon the romans)〉(2017).

 
창가 커튼 양 옆에는 로랑 그라소의 〈Studies into the Past〉 시리즈 두 점이 걸려 있다. 테이블 위의 세라믹 오브제는 오타니 워크숍의 〈Onnanoko/女の子〉(2017).

창가 커튼 양 옆에는 로랑 그라소의 〈Studies into the Past〉 시리즈 두 점이 걸려 있다. 테이블 위의 세라믹 오브제는 오타니 워크숍의 〈Onnanoko/女の子〉(2017).

 
잠자는 강아지 작품은 듀앤 핸슨의 〈Beagle in a Basket〉.

잠자는 강아지 작품은 듀앤 핸슨의 〈Beagle in a Basket〉.

 
윔 델보이의 거대한 〈Gothic Tower〉(2008)가 설치된 건물 복도.

윔 델보이의 거대한 〈Gothic Tower〉(2008)가 설치된 건물 복도.

 
엠마누엘 페로탕의 가족 뒤로 보이는 작품은 박서보의〈Ecriture(描法) No.981102〉, 가사 도우미 옷을 입은 조각 작품은 엘름그린 & 드라그셋의 〈Irina〉. 굴곡진 화이트 소파는 미국 가구 디자이너 블라디미르 케이건이 1952년에 디자인한 소파, 앞에 놓인 낮은 테이블은 폴 에번스가 1960년에 디자인한 제품이다.

엠마누엘 페로탕의 가족 뒤로 보이는 작품은 박서보의〈Ecriture(描法) No.981102〉, 가사 도우미 옷을 입은 조각 작품은 엘름그린 & 드라그셋의 〈Irina〉. 굴곡진 화이트 소파는 미국 가구 디자이너 블라디미르 케이건이 1952년에 디자인한 소파, 앞에 놓인 낮은 테이블은 폴 에번스가 1960년에 디자인한 제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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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컨트리뷰팅 에디터 김이지은
    사진 raf studio
    디자인 김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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