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데어 윌 비 블러드〉
석유 공룡을 밀어낸 빅데이터 공룡
」실제로 미국 역사는 석유 산업과 떼어놓을 수 없다. 미국 자본주의 상징인 록펠러는 ‘석유왕’으로 불린 기업가다. 그는 스탠더드 오일이라는 석유 기업을 세웠다. 이 기업은 몇 번의 인수합병을 통해 엑손모빌이라는 거대한 공룡으로 성장했다. 엑손모빌은 애플에게 역전당하기 전까지 전 세계에서 몸값이 가장 비싼 기업이었다. 하지만 세상은 변한다. 애플에게 추월당한 엑손모빌은 계속 후퇴한다. 한때 시가총액 전 세계 1위였던 엑손모빌은 이제 4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엑손모빌은 작년 미국 다우지수에서도 퇴출당했다. 다우지수란 쉽게 말해 미국 대표 기업 30개를 모아놓은 어벤저스라고 보면 된다. 엑손모빌은 무려 92년 동안이나 이 지수에 포함돼 있었다. 그래서 엑손모빌의 다우지수 퇴출은 상징적이다. 시대가 변하고 있음을 알려주는 신호다. 그렇다면 우리가 주목해야 할 건 엑손모빌을 내쫓고 다우지수에 새롭게 편입된 기업이다. 주인공은 바로 세일즈포스다. 이 기업은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이다. 기업들이 보유한 방대한 데이터를 용도에 맞게 가공해주는 기업이다. 세일즈포스가 엑손모빌을 제친 건 석유의 시대가 저물고 데이터의 시대가 활짝 열렸다는 의미다.

ⓒ NASA
널려 퍼져 있는 미래
」빅데이터는 어떤가. 지난 몇 년 동안 빅데이터라는 단어는 정말 많은 곳에서 등장했다. AI라는 단어만큼이나 빈번하게 사용된다. 하지만 여전히 빅데이터라는 개념은 뭔가 모호하다. 도대체 빅데이터란 무엇인가. 우주 개발처럼 이미 다가온 미래지만, 아직 널리 퍼져 있지 않은 신기술인가? 그래서 낯설게 느껴지는 걸까?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이미 우리 일상 아주 깊숙한 곳까지 들어와 있기 때문에 빅데이터의 위력을 간과하는 것이다.

ⓒ 〈허〉
알고리즘에 위로받는 시대
」즉, 기업들에게는 고객들의 데이터가 바로 돈이다. 2013년에 개봉한 영화 ‘HER’는 인공지능과 사랑에 빠지는 남자의 이야기다. 이 남자는 왜 목소리뿐인 AI 사만다를 사랑하게 됐을까. 사만다는 고객의 사소한 데이터까지 빼곡하게 보유하고 있다. 그래서 언제 어떻게 이 남자를 위로해야 할지 정확하게 알고 있다. 가까운 미래에 우리를 더 자주 위로하는 건 인간이 아니라 알고리즘일 수도 있다. 아니, 이미 그런 시대에 살고 있는 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디에 투자해야 할까. 엑손모빌은 1세기 가까이 세계 경제를 호령했다. 그 바통을 데이터 기업이 이어받았다. 데이터 기업의 혁명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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