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우리를 위로해주지? 바로 빅데이터_돈쓸신잡 #5 || 엘르코리아 (ELLE KOREA)
SOCIETY

누가 우리를 위로해주지? 바로 빅데이터_돈쓸신잡 #5

빅데이터가 곧 돈이다.

김초혜 BY 김초혜 2021.08.05
ⓒ 〈데어 윌 비 블러드〉

ⓒ 〈데어 윌 비 블러드〉

석유 공룡을 밀어낸 빅데이터 공룡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 〈데어 윌 비 블러드〉는 석유와 욕망에 관한 영화다. 주인공인 다니엘 플레인뷰(다니엘 데이 루이스)는 석유 시추 사업가다. 그는 석유가 있는 땅을 찾아 미국 서부로 향한다. 기름을 얻기 위해서라면 영혼마저 바칠 기세다. 말 그대로 석유에 미친 남자다. 자신의 삶이 파멸로 향하는 것도 모르고 검은 석유에 집착한다. 이 영화는 미국이라는 자본주의 국가의 어두운 속살을 드러내는 영화다. 자본주의는 욕망이라는 동력으로 움직이는 사회다. 사회주의가 망한 건 인간의 욕망을 간과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떤 사람의 욕망은 지나칠 정도로 거대하다. 이 욕망의 전차가 지나간 곳엔 결국 많은 사람의 피가 흥건하게 남는다. 영화를 다 보고 나면 〈데어 윌 비 블러드〉라는 제목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실제로 미국 역사는 석유 산업과 떼어놓을 수 없다. 미국 자본주의 상징인 록펠러는 ‘석유왕’으로 불린 기업가다. 그는 스탠더드 오일이라는 석유 기업을 세웠다. 이 기업은 몇 번의 인수합병을 통해 엑손모빌이라는 거대한 공룡으로 성장했다. 엑손모빌은 애플에게 역전당하기 전까지 전 세계에서 몸값이 가장 비싼 기업이었다. 하지만 세상은 변한다. 애플에게 추월당한 엑손모빌은 계속 후퇴한다. 한때 시가총액 전 세계 1위였던 엑손모빌은 이제 4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엑손모빌은 작년 미국 다우지수에서도 퇴출당했다. 다우지수란 쉽게 말해 미국 대표 기업 30개를 모아놓은 어벤저스라고 보면 된다. 엑손모빌은 무려 92년 동안이나 이 지수에 포함돼 있었다. 그래서 엑손모빌의 다우지수 퇴출은 상징적이다. 시대가 변하고 있음을 알려주는 신호다. 그렇다면 우리가 주목해야 할 건 엑손모빌을 내쫓고 다우지수에 새롭게 편입된 기업이다. 주인공은 바로 세일즈포스다. 이 기업은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이다. 기업들이 보유한 방대한 데이터를 용도에 맞게 가공해주는 기업이다. 세일즈포스가 엑손모빌을 제친 건 석유의 시대가 저물고 데이터의 시대가 활짝 열렸다는 의미다.  
ⓒ NASA

ⓒ NASA

 

널려 퍼져 있는 미래

최근 버진그룹 회장 리처드 브랜슨이 우주여행에 다녀왔다. 며칠 후 전 세계에서 가장 돈이 많은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도 우주 관광에 성공했다. 그리고 일론 머스크도 언젠간 화성에 갈 거라고 장담하고 있다. 이런 뉴스를 접할 때 보통 사람들은 경이로움을 느끼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런 혁신이 피부에 잘 와 닿지 않는다. 우주 개발은 아직까진 우리의 삶과 무관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SF 소설가 윌리엄 깁슨이 남긴 유명한 말을 잠시 가져와 보겠다. 그는 “미래는 이미 와 있다. 단지 널리 퍼져 있지 않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빅데이터는 어떤가. 지난 몇 년 동안 빅데이터라는 단어는 정말 많은 곳에서 등장했다. AI라는 단어만큼이나 빈번하게 사용된다. 하지만 여전히 빅데이터라는 개념은 뭔가 모호하다. 도대체 빅데이터란 무엇인가. 우주 개발처럼 이미 다가온 미래지만, 아직 널리 퍼져 있지 않은 신기술인가? 그래서 낯설게 느껴지는 걸까?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이미 우리 일상 아주 깊숙한 곳까지 들어와 있기 때문에 빅데이터의 위력을 간과하는 것이다.
 
ⓒ 〈허〉

ⓒ 〈허〉

알고리즘에 위로받는 시대

예컨대, 우리가 종종 유튜브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이유도 빅데이터 때문이다. 유튜브는 어쩌면 나보다 더 나의 취향과 관심사를 잘 알고 있을 수도 있다. 한 영상을 보면 곧바로 연관 동영상이 뜬다. 그 영상을 또 클릭한다. 그 뒤에 또 다른 연관 동영상이 뜬다. 그런 식으로 10분만 유튜브를 보려다가 1시간을 머무르게 된다. 넷플릭스, 애플뮤직, 왓챠플레이 등 개인 맞춤형 큐레이션 서비스 대부분이 그렇다. 기업들은 이용자의 취향이나 성향마저도 데이터화한다. 이 데이터 알고리즘을 이용해 고객의 시간을 사로잡고 마지막엔 영혼까지 사로잡는다.
 
즉, 기업들에게는 고객들의 데이터가 바로 돈이다. 2013년에 개봉한 영화 ‘HER’는 인공지능과 사랑에 빠지는 남자의 이야기다. 이 남자는 왜 목소리뿐인 AI 사만다를 사랑하게 됐을까. 사만다는 고객의 사소한 데이터까지 빼곡하게 보유하고 있다. 그래서 언제 어떻게 이 남자를 위로해야 할지 정확하게 알고 있다. 가까운 미래에 우리를 더 자주 위로하는 건 인간이 아니라 알고리즘일 수도 있다. 아니, 이미 그런 시대에 살고 있는 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디에 투자해야 할까. 엑손모빌은 1세기 가까이 세계 경제를 호령했다. 그 바통을 데이터 기업이 이어받았다. 데이터 기업의 혁명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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