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 운명을 거스르는 스킨케어 기술 || 엘르코리아 (ELLE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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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 운명을 거스르는 스킨케어 기술

입 안의 상피세포를 채취하고 이를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안티에이징 솔루션을 제시하는 ‘DNA 프로파일링 서비스’가 일반화되고 있다. DNA라는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최근의 스킨케어 테크놀로지, 정말 내 피부 운명을 바꿀 수 있을까.

ELLE BY ELLE 2015.05.15



“뺨 안쪽에 면봉을 대고 20번 이상 문지르세요.” <CSI>의 한 장면이 아니다. 지난겨울, SK-Ⅱ에서 스킨 DNA 카운슬링을 위해 내 구강 상피세포를 채취해 갔다. 그로부터 약 2개월 뒤 결과지 도착. 잡티에 관여하는 DNA는 우수한데, 산화 래디컬을 중화시키고 탄력에 영향을 주는 DNA가 취약한 편이므로 항산화 제품을 꾸준히 챙겨 바르라는 내용. 그리고 그에 맞는 제품과 생활습관이 적혀 있었다. 내심 아쉬웠다. 굳이 DNA를 채취해 가지 않았어도 어느 정도 추론할 수 있는 내용처럼 느껴졌기에. DNA 프로파일링에 기대했던 건 분석과 제품 추천, 그 이상의 무언가였다. 내 기대가 지나쳤던 걸까?


DNA 뷰티는 SF영화가 아니다
과학 기술이 진화함에 따라 스킨케어 영역은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해 왔고, 여성들은 시간 흐름을 거스를 수 있는 수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됐다. 이중 나선 구조를 띤 DNA 이미지가 광고 컷이나 매거진 곳곳에 등장하는 건 일상다반사요, 아예 피부 유전자를 타깃으로 하는 화장품도 부지기수. 랑콤은 10여 년간 수천여 개의 유전자를 분석해 피부 세포가 분화할 때 작용하는 단백질을 활성화하는 ‘어드밴스드 제니피끄’를 선보였다. 에스티 로더의 베스트셀러 ‘갈색병 에센스’는 피부 속 이른바 장수 유전자와 시계 유전자에 작용해 피부 재생을 촉진한다. DNA 끝에 마치 캡처럼 달린 텔로미어 역시 최근 안티에이징에 자주 등장하는 단어. 세포가 분열될 때 염색체가 100% 복제되지 않아 텔로미어의 일부가 잘려 나가게 된다. 이를 거듭할수록 텔로미어는 계속 짧아지고 급기야 더 이상 재생할 수 없어지는데 이것이 노화의 과정. 근래 출시된 헤라 ‘시그니아’ 라인과 엘리자베스 아덴 ‘플로리스 퓨처’ 라인은 텔로미어가 짧아지지 않도록 보호하는 테크놀로지를 담은 제품이다. 뷰티 에디터란 직업 덕에 소비자보다 한 발 앞서 신제품과 신기술을 경험하는 건 언제나 감사한 일. 하지만 동전의 양면처럼 새로운 것에 대한 역치 값은 한없이 높아져 웬만큼 신기하지 않고서야 무덤덤한 반응을 보이는 것도 어쩔 수 없다. DNA 분석 결과를 보고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던 건 아마 이 때문이리라. 노화에 관여하는 DNA를 바꿔 안티에이징이 확실히 보장되는 화장품 정도였다면 감탄해 마지않았을까? 헤라 서정아 브랜드 매니저는 기함하며 내 말을 잘랐다. “DNA를 변형시킨다고요? 가당치도 않아요!” 많은 화장품이 피부 유전자를 연구한 끝에 탄생했다고 말하지만, 절대 혼동하지 말아야 할 건 유전자 자체를 변형시키는 게 아니라는 불변의 진리. DNA를 바꾸는 건 방사능 같은 강력한 물질로나 가능할 뿐더러, 극단적으로 말해 전혀 다른 생물체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는 의미. 피부에 드러나는 유전적인 표현에 작용해 이를 개선하고, 유전자 그룹의 활동이 촉진되게끔 간접적으로 돕는 것이 화장품이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그녀는 말한다. 흠, 내 상상이 지나쳤음을 인정한다. DNA 뷰티는 <스파이더 맨>이나 <헐크>가 아니니까.


DNA 커스터마이징은 가능할까
그렇다면 내 DNA에 딱 맞는 제품 또는 성분의 조합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내 피부에 더욱 효과적으로 작용할 수 있게끔 맞춤 제작된 화장품이랄까? 신문 기사를 검색하던 중, 2004년 시세이도의 구마노 요시마루 박사의 인터뷰를 보게 됐다. “DNA 분석 결과를 토대로 개인의 피부 상태와 체질에 따라 ‘나만의 화장품’을 제조할 수 있는 기술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며 “15년 후엔 유전자 구성에 따른 맞춤형 뷰티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내용. 무릎을 탁 쳤다! 구마노 박사가 11년 전 예측한 대로 실제 이런 움직임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영국 <엘르> 어소시에이트 헬스 & 뷰티 에디터, 에이미 로렌슨(Amy Lawrenson)은 몇달 전 DNA 메디컬 서비스 체험기를 소개한 바 있다. DNA 분석 결과, 그녀 체질에는 장거리 달리기처럼 지구력을 요하는 트레이닝이 적합하고, 체중에 관여하는 DNA를 분석해 보니 단기적인 다이어트보다 근본적으로 체질 개선을 할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 설계가 더 중요하다는 결과를 얻었다. 일시적으로 자제력을 잃을 수 있어 스트레스를 받으면 폭식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도 발견했다(실제 그녀는 밤마다 레드 와인에 탐닉하고 있었다!). 50쪽가량의 DNA 분석 결과표와 함께 받은 건 맞춤 영양제. 발음하기조차 어렵고 일일이 찾아 먹기도 힘든 성분들을 그녀의 DNA 분석 결과에 따라 한 알에 모두 담은 것.
DNA 커스터마이징 화장품도 이미 실용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런던의 ‘지뉴(GeneU)’라는 곳이 그 예로, 30분에 걸친 DNA 분석을 통해 각자 피부에 맞는 유효 성분이 담긴 맞춤형 세럼을 받을  수 있으며 첫 테스트 비용은 600파운드(약 1백만 원)에 달한다. 매달 맞춤형 제품을 받는 데 300파운드씩 추가된다. 제품에 들어가는 성분이 딱히 새로운 것도 아니다. 펩타이드, 콜라겐, 비타민 A 및 C, 히알루론산 등 여느 화장품에 다 사용하는 흔한 성분들이지만  DNA 분석을 거친 맞춤 제품이기에 소비자들은 ‘왜 이 성분을 사용해야 하는지, 내 피부가 얻는 이점은 무엇인지’에 대해 충분히 납득하고 기꺼이 지불한다. 한국에도 이미 론칭한 적 있는 영국 코스메틱 브랜드 오가닉 파머시(Organic Pharmacy)에서도 유전자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눈여겨볼 점은, 초반에는 DNA 분석에만 올인했으나 점차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피부에 드러나는 유전적 표지들을 설명하는 것으로 서비스 초점이 옮겨가고 있다는 사실. “소비자들이 본인의 DNA에 대한 설명을 1시간 이상 듣는 건 고역이죠. 안티에이징에 접근하는 건 유전자 분석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아요. 노화를 유발하는 내외부 요인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과정이 이뤄져야 하죠.” 창립자 마고 마론(Margo Marrone)의 설명. 런던의 ‘지뉴’에서도 DNA 분석에 더해 라이프스타일에 관련된 질의응답을 꼭 진행한다. 평소 햇빛에 얼마나 노출되는지, 흡연 여부, 스트레스 레벨 등 라이프스타일과 삶의 경험에 대한 총체적인 질문으로 구성돼 있다. DNA 분석만 하면 노화를 거스를 수 있는 모든 솔루션을 얻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정작 그들이 빼놓지 않는 건 고객 개인의 소소한 생활습관에 대한 것이었다. SK-Ⅱ도 무려 두 달간의 DNA 분석 후 나에게 생활습관 처방을 내리지 않았던가. 이것이 의미하는 건 뭘까?


DNA 이전에 라이프스타일이 있을지니
서정아 브랜드 매니저의 말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맞춤형 DNA 분석이 놓치지 말아야 하는 건 라이프스타일이에요. 유전체 지식을 정확하게 파악하더라도 외부 요인이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지 않고서는 효력이 없습니다.” DNA는 노출된 환경적 요인의 영향으로 다양한 차이점이 드러난다. 일란성쌍둥이도 살아가면서 키와 머리카락 색이 달라지고, 서로 다른 유전병에 걸리기도 한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는 바. 그렇다면 DNA가 발현되는 데 영향을 미치는 환경적 요인으로는 무엇이 있을까? “자외선, 흡연, 오염물질 등이 대표적이죠. 어린 시절의 학대나 일상 속 스트레스, 무리한 다이어트 같은 감정적 요인 등도 이에 해당됩니다.” 결국 SK-Ⅱ의 DNA 카운슬링에서 생활습관을 제안한 건 장기적인 관점에서 내 DNA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외부 요인들을 최대한 배제하기 위해서였다. 이런 이론을 기반으로 최근 업계에서 주목하는 것이 바로 후성유전학이다. DNA의 정보가 다양한 모양의 레고 블록이라면, 후성유전물질은 설명서와 같아서 조립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건물, 배, 로봇 등 서로 다른 수많은 모양이 될 수 있다고 보는 관점. 따지고 보면 소비자들이 대충 뭉뚱그려 ‘유전자 화장품’이라 부르던 수많은 제품들은 사실상 후성유전학을 기반으로 한다. 유전자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치는 후천적 요인을 감소, 중화시키고 좋은 단백질 생성과 세포 신진대사를 촉진하는 메커니즘임을 이해하고 사용하길. 그러니 이 제품들이 노화와 관련된 DNA를 마법처럼 ‘뾰로롱~’ 바꿔줄 거라는 얼토당토않은 희망은 일찌감치 버리는 게 좋겠다. 이럴 거면 왜 굳이 DNA 분석을 거치냐 물을 수 있겠지만, 외부 영향을 받아 달라진 DNA 형질은 2~3세대에 걸쳐 유전될 뿐더러 셀수 없이 많은 생활습관 중 유독 내 DNA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을 맞춤 선별할 수 있으니 정보의 홍수 속에서 허우적대는 것보다야 훨씬 이득 아니겠는가. DNA 프로파일링이 넥스트 트렌드로 떠오른 건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라이프스타일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게 핵심! 상투적이지만 작은 습관이 모여 큰 결과를 만든다는 말을 안 꺼낼 수 없다. 피부 운명을 거스른다는 것, 거창한 테크놀로지에 기댈 게 아니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 매일매일 축적돼 내 DNA에 나쁜 영향을 미치고 있을 사소한 생활습관에서 답을 찾아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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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ditor 정윤지
    photo IMAXtree.com, GETTY IMAGES,멀티비츠
    design 최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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